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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손에 맡겨진 우리쌀 지키기 |
어제는 한국생협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정한 ‘쌀의 날’이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우리쌀을 지키자”는 소비자단체들의 거리홍보 행사가 열렸다. 수입쌀 시판이 사실상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이제 우리 농업의 마지막 보루인 벼농사를 얼마나 지켜내느냐는 소비자들의 노력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소비자단체들의 목소리는 그래서 반갑다.
쌀 개방 협상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준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수입쌀이 올해 안에 시중에 팔리게 된다. 비록 올해는 의무수입 물량의 10%, 전체 국내쌀 소비량의 0.5%만 풀리지만, 수입쌀 유통물량은 점차 늘어나게 돼 있다. 질이 국산쌀에 견줘 나쁘지 않고 값도 싼 편이어서 단체 급식업소 등에서는 수입쌀을 쓰려는 유인이 분명히 생길 것이다.
수입쌀에 맞서 우리 벼농사를 지키려면 농민들이 쌀의 품질을 높이고 생산비를 낮추는 데 힘써야 한다. 소비자들로서도 우리쌀을 먹어야 할 이유가 있다. 벼농사는 농민의 소득원에 그치지 않고, 홍수 방지와 산소 공급, 수질 정화, 토양 유실 방지 등 부수적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그 혜택을 국민 모두 아무 대가 없이 누리고 있는데, 벼농사가 피폐해지면 오히려 그로 인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소비자단체들은 “반드시 우리쌀만 먹겠다”는 서약을 소비자들에게 받고 있다. 서약한 사람에게는 천원씩 받아 결식아동을 돕는 데 쓴다고 한다. 이처럼 함께 사는 길은 찾으면 있기 마련이다. 다음달 1일에는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소달구지와 함께 출발하는 걷기대회가 시작돼, 10월30일 서울에서 열리는 ‘소비자 1만인 대회’로 이어진다. 그 길이 고난의 여정이 아니라 쌀 생산자와 소비자가 희망을 나누는 잔치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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