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12.13 19:03 수정 : 2013.12.13 19:03

이른바 ‘유서 대필 사건’ 재심 공판에서 강기훈씨의 무죄 주장에 부합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아직 재판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그동안 핵심 쟁점이 돼온 필적감정이 이렇게 나옴으로써 강씨의 무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분신자살한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지 무려 22년이 더 지났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애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가 의뢰한 필적감정을 통해 강씨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게 2007년이지만 아직도 재심 절차는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젊은 청춘들이 몸을 던질 수밖에 없이 암울했던 정치현실이 빚어낸 코미디 같은 조작극이 불합리한 사법체계 탓에 아직도 바로잡히지 않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으나 당시 우리 사회의 언론, 검찰, 법원 등 어느 한 곳을 통해서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거나 잘못이 걸러지지 못했다. 국과수 자체가 애초 속필체인 유서와 김씨의 정자체 글씨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가 검찰의 재감정 요청에 응하는 등 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둘러싸고 의문이 일었음에도, 결국 그것이 유죄 확정의 결정적 증거가 됐다.

2005년 김씨의 지인이 보관하던 전대협 노트가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에 새 증거로 접수되면서 진실이 가려질 기회를 잡았으나 대법원이 늑장을 부리면서 다시 8년 이상이 더 걸렸다.

과거사위가 국과수와 7개 사설 감정기관을 통한 필적감정으로 유서의 필적이 김씨 것이란 결과를 얻어 재심을 권고한 게 2007년 11월이었다. 강씨가 이듬해 재심을 청구해 2009년 9월 서울고법이 재심을 결정했으나 검찰이 불복했고 대법원은 3년이 지난 2012년 10월에야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그것도 “전대협 노트 발견 경위에 의문점이 있다”며 사건을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 서울고법의 이번 재심 과정에서도 국가기록원이 전대협 노트를 제출할 수 없다고 버텨 재판부가 압수 절차를 통해 국과수에 필적감정을 의뢰하고서야 겨우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내년 1월 심리를 마치고 2월께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강씨가 다시 이에 따른 물적 정신적 고통을 만회하려면 기나긴 소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씨는 지금 간암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과 법원이 자신들의 과오를 씻기 위해서라도 강씨가 하루속히 재판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협조하기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