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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 교육을 돈벌이 삼으라는 정부 |
13일 정부가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을 관통하는 정신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의료, 자라나는 자식세대를 위한 교육 등 공공재 성격이 강한 분야도 수익의 대상일 뿐이다.
앞으로는 병원을 경영하는 의료법인들도 여행·온천·화장품·건강식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 투자를 받아 자회사를 세우고 이익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의료법이 그동안 자회사 설립을 허가하지 않은 건, 의료법인은 원래 목적인 환자치료에만 전념하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제 돈벌이 길이 트였으니,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의료법인의 자회사가 모회사인 병원에 비싼 임대료를 받아가며 건물을 빌려주고, 병원에 고가의 첨단 의료기기를 리스하며, 약품 및 의료용구를 비싼 값으로 공급하면서 이익을 자회사로 몰아줄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이익이 나는 곳으로 흘러가는 게 자본의 속성인 만큼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미래상이다. 게다가 자회사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받았으니, 병원은 설령 적자를 보더라도 자회사는 흑자구조를 유지해서 합법적인 배당을 챙기는 구조가 될 것이다.
이는 곧바로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회사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건물 임대료, 의료기기 리스료, 약 구입료 상승은 바로 의료비 상승을 뜻하기 때문이다. 병원이나 투자자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국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거나 마찬가지다.
교육 분야 대책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제학교의 결산상 잉여금 배당을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우수한 외국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제주 국제학교의 결산상 잉여금 배당을 허용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국내 대기업으로 하여금 학교를 설립하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삼성 국제학교’나 ‘현대 국제학교’가 세워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부는 잉여금 배당을 허용할 경우 학교 쪽이 등록금을 지나치게 인상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지만 얼마나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제주 국제학교들의 연간 학비가 수업료만 2500만원 선이고, 여기에 기숙사비, 통학차량비 등까지 더하면 1년에 들어가는 돈이 50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55살 이상의 근로자는 전 업종에서의 파견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자본의 논리만 따른 것이다. 이 연령대는 가뜩이나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취약층이다. 파견업체의 중간착취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파견근로자를 확대하겠다는 건 저임금 노동을 일반화하면서 고용률만 높이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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