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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은 ‘시대착오적 공포정치’ 즉각 중단해야 |
북한이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을 ‘반당·반혁명 종파행위자’로 낙인찍은 지 나흘 만에 그를 국가전복음모죄로 사형시켰다고 13일 발표했다.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본격화할 조짐이어서 우려된다.
장성택에 대한 전격적인 사형 집행은 북한 정권의 후진성과 잔인함을 보여준다.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최고 권력자였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의 친인척 가운데 사형 사실이 대대적으로 공개된 사람은 장성택이 유일하다. 이번 경우와 비교되는 것은 1950년대 중반 남로당계 숙청이다. 당시 처형된 박헌영도 장성택처럼 2인자로 꼽혔으며 두 사람의 죄목 역시 비슷하다. 시대착오적인 ‘피의 숙청’이 60년 세월을 뛰어넘어 되풀이되는 셈이다. 민주화가 진전된 지금의 지구촌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사태다.
북한 당국이 공개한 장성택의 범죄 사실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알 수 없지만 김정은 당 제1비서가 그를 위협세력으로 여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 체제를 구축하는 데 장성택의 ‘40년 권력’이 큰 걸림돌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번 처형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장성택에 대한 판결문에는 당·정·군의 관계자들이 다양하게 언급된다. 나선경제지대 등 그가 관여한 개혁·개방 정책과 대외정책도 심판 대상이 됐다. 특히 지난 몇 해 동안 미국과 우리나라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전략적 인내’와 ‘기다리는 전략’을 장성택의 국가전복음모와 연결한 것은 군부 등 강경파의 발언권이 커졌음을 뒷받침한다.
북한 정권은 즉각 시대착오적인 공포정치를 중단하기 바란다. 공포정치는 권력을 폭력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라 안팎에 실토하는 것과 같다. 또한 공포정치가 일시적으로 주민을 단결시키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체제 유지에 독이 되기 마련이다. 공포정치가 개혁·개방과 상충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대북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는 중국도 이미 경협 확대를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태도가 중요한 때다. 우선 북한 체제의 붕괴가 가까워졌다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그렇게 보기도 어렵거니와 그런 주장이 부각될수록 북한 정권은 공포정치를 강화하기가 쉽다. 지금의 상황을 빌미로 국정원 개혁 등 국내 사안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새누리당은 이미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면서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 등 현안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았다면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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