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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18 19:06 수정 : 2013.12.18 19:06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18일 내려졌다. 통상임금의 개념과 요건을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앞으로 분쟁의 소지를 없앤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를 근거로 추가임금은 사실상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 부분은 지나치게 기업 쪽만 배려한 인상이 짙다.

대법원 판결로 이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게 흔들리지 않는 원칙으로 서게 됐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건 대법원이 지난해 3월 판결에서 밝힌 바 있으나, 이번에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세 가지 잣대로 좀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대법원은 또 과거 노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보다 낮은 임금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근로조건 계약은 무효라는 법 정신을 살린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과거의 임금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아무래도 논리가 궁색하다.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었는데, 이는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인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주장이다. 또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는 경우에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그 기준이 자의적이어서 또다른 불씨를 남긴 셈이다.

어쨌든 통상임금 문제는 일단락됐다. 문제는 내년 임단협에서 기업 쪽이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피해 부담을 더는 우회로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상여금을 성과급 식으로 준다든지, 임금을 아예 연봉제 방식으로 바꾼다든지 등의 편법이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제대로 주지 않던 임금을 바로잡으라는 취지인 만큼 기업도 지급할 것은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 나아가 노사는 이번 판결을 단순한 임금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을 극복하기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상임금이 관심을 끈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꼭 풀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삼권분립이 엄연한 헌법 정신인데,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려는,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다. 다시는 이런 월권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부의 자성 또한 요구된다. 따지고 보면 통상임금 문제는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례를 유지해왔는데도 노동부가 행정 지침을 바꾸지 않아 이런 논란이 벌어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노사 갈등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소송과 시간 낭비를 초래한 데 대해 노동부의 분명한 사과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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