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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 양적완화 축소, 낙관 말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8일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확대하는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매월 850억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입했던 것을 내년 1월부터는 750억달러로 100억달러를 줄이겠다고 한다. 미 연준은 2009년 이후 2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풀어왔다. 이번 양적완화 축소가 소규모이긴 하지만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예단하기 어렵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양적완화 축소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신호이긴 하다. 양적완화 축소는 경기 부양 강도를 낮추겠다는 것으로, 이는 고용시장 전망이 개선되는 등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양적완화 축소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했는데 시장의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해주었다는 점에서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또 실업률이 6.5%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까지는 기준금리를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하니 당장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그리 클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여름 양적완화 축소 예고만으로도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바 있다. 신흥국에서 자본이 유출되면 환율 급등,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이들 국가의 실물 경제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우리 경제의 체질이 강화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로 수출이 증가하고 민간 소비도 살아나 연간 평균 3.9%의 성장률을 예상한다. 민간 연구소 전망치보다 높아 정부가 상황을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이 달러 공급을 줄이기로 한 마당에 그 의미와 영향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신흥국 시장이 위축되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소지가 있다. 국내적으로도 금리가 오르면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년에 긴축경영 41.3%, 현상유지 37.2%로 좋지 않게 보고 있으며 장기형 불황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하면서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내수를 살리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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