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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19 19:06 수정 : 2013.12.19 19:06

남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불통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기는 열심히 소통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바로 그런 예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 수석은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통 지적이 가장 억울하다”며 “4800만 국민을 청와대로 불러 밥 먹이는 게 소통이냐” “저항세력에 굽히지 않는 것이 불통이라면 임기 내내 불통할 것” 따위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수석이 작심하고 한 말이니 이는 박 대통령이 지금 느끼는 심경 그대로일 것이다. 여기서 확인되는 바는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이 아무리 입을 모아 소통 부족을 지적해도 결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국민이 몰라줄 뿐 자신은 소통을 잘하고 있다는 자기도취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이 수석의 이번 발언은 박 대통령의 불통 증세가 이미 치유 불가능 상태이며 앞으로 더욱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개선될 희망이 없음을 보여준다.

국민은 지금 박 대통령이 국민을 청와대로 불러 밥을 먹여주길 원하는 게 아니다. 군사정권 시절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들 중 취임 이후 1년이 다 돼가도록 제대로 된 기자회견이나 국민과의 대화 한번 없었던 사람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자신이 한 말이 언론에 기사화되거나, 야당을 비판하는 담화문 하나 내는 것을 소통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홍보일 뿐이다. 그런 꽉 막힌 자세가 바로 이 정권을 ‘불통 정권’을 넘어 ‘먹통 정권’으로 만드는 원천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등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민 관심의 초점은 대선의 공정성 훼손 문제와 그 치유 방법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나는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식의 뻔뻔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도 모자라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아서 불통이냐”는 따위의 말을 하면 대화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소통은 서로 언어가 같아야 하는데 국민이 사용하는 언어와 청와대의 언어가 전혀 달라 보인다. 특히 이 수석이 “외국 정상회담을 통한 소통” 운운한 대목에 이르면 ‘소통’이라는 단어의 의미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청와대의 이런 엉뚱한 소통론이 바로 불통의 증거임을 깨닫지 못하는 한 박 대통령의 앞날과 나라의 장래가 모두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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