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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직도 특정업무경비를 쌈짓돈 쓰듯 하다니 |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 후보에 올랐다가 특정업무경비 유용 사실이 드러나 낙마한 이후에도 상당수 정부기관이 특정업무경비를 불투명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국민 세금인 특정업무경비를 힘깨나 쓴다는 기관들이 여전히 쌈짓돈 쓰듯 했다니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감사원이 13개 기관의 특정업무경비 집행 실태를 점검했더니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재판부 운영비 등 특정업무경비의 실비 집행액 8억4539만원의 67.0%인 5억6620만원, 올해 1분기 실비 집행액 1억6550만원의 59.6%인 8957만원이 제대로 증빙을 갖추지 않아 정당하게 집행됐는지 알 길이 없었다고 한다. 실비란 규정에 따라 지급되는 월정액 외에 추가 비용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특정업무경비를 말하는데, 그동안 구체적인 내용 증빙 없이 현금으로 지급돼 왔다. 기획재정부는 이 전 재판관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 2월 실비에 대해서도 정부구매카드를 사용하거나 지출 증빙이나 지출 명세를 적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 결과 이 전 재판관 사건 이후에도 잘못된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의 경우 올해 1분기 집행액 27억7230만원 중 79.8%인 22억1239만원의 지급 사유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지 않거나 지출 명세조차 없었다. 국회도 지난해 국회사무처 특정업무경비 집행액 27억679만원의 지급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았고 올해에도 지출 명세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특정업무경비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제도 개선이 미흡한 것은 큰 문제다. 이동흡 전 재판관은 6년 동안 매달 400만원씩 현금으로 받은 특정업무경비 3억2000만원을 금융상품계좌에 넣어놓고 딸 유학비를 송금하는 등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인카드로 호텔 밥값을 20만~30만원씩 부인의 생일날 4년 연속해서 냈고, 휴가·공휴일이나 관외 지역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액수도 455건 6400만원에 달해 큰 문제가 됐다.
국민 세금을 쌈짓돈 쓰듯 함부로 쓰는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설사 업무 수행에 일부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특수업무경비의 집행 내용을 꼼꼼히 따져 지출 내용이 증명되지 않을 경우 어떤 형태로든 문제 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업무 특성을 고려해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국민은 어려운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공무원들은 나랏돈으로 자기 호주머니를 채우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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