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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24 19:03 수정 : 2013.12.24 19:03

유신독재 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모아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일 때 미국, 일본, 독일 등 많은 나라로부터 받은 지원을 우리나라보다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이 뒤떨어지는 나라에 되갚는 제2의 민주화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그 숭고하고 아름다운 연대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 6명은 23일 아름다운재단과 5억5000만원 규모의 기금을 약정하는 협약식을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장정수 전 <한겨레> 편집인 등 14명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긴급조치 피해자가 모두 1200여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피해자들의 기부 행렬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기금의 운용·집행을 맡은 아름다운재단은 이 기금을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난민 지원, 아시아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교육 지원, 공익 출판·정보기술 지원을 통한 민주주의 전파, 대안 언론 지원,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향상 사업 지원 등에 쓸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시민사회가 어려운 이웃나라 시민에게 경제적 도움을 베푼 경우는 있었지만, 민주화와 인권 증진을 위한 기금을 만들어 지원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이런 움직임이 박근혜 정권이 그동안 우리나라 시민이 피땀 흘려 쌓아올린 민주주의와 인권의 성과를 무시하고 다시 박정희 정권 때의 권위주의 시절로 역행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와, 다시 어두운 시절로 회귀하려는 자의 대비가 이보다 선명할 수 없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의 성과를 지키고 널리 확산시키는 일은 더 이상 긴급조치 피해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역사의 퇴행을 원하지 않는 모든 시민이 나서야 할 일이다. ‘행동하는 양심’만이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뜻있는 많은 시민이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물꼬를 튼 제2의 민주화운동 대열에 적극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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