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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26 19:03 수정 : 2013.12.26 22:30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일본의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7년 만이다. 그만큼 드문 사건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한 탓에 고이즈미 총리 이후의 역대 총리들은 참배를 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아베 총리의 참배는 이웃나라와 담을 쌓고 지내겠다는 도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한-일, 중-일 관계를 포함해 동북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게 뻔하다.

아베 총리는 참배 뒤 기자들에게 “일본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들에게 존숭을 표시했다. 중국, 한국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을 위해 생명을 희생한 사람이 우리에게는 생명을 앗아가고 고통을 안겨준 침략자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제 논에 물 대기’식 역사인식의 극치다. 그는 또 한국, 중국의 정상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뺨을 때려놓고 만나서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는 셈인데, 남의 약을 올리려고 하는 언행이라고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얼마나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기로 한 10월 초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 참석하기 위해 방일한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취한 행동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들은 당시 야스쿠니가 아니라 무명용사의 묘인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역’을 참배했다. 야스쿠니를 미국의 알링턴 묘지에 비유한 아베 총리에게 자의적 해석을 중지하고 역사를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었다.

아베 총리의 참배는 즉각 동북아 평화에 짙은 먹구름을 몰고 왔다. 우리나라는 정부 대변인인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름의 성명을 통해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명 발표자의 지위나 내용의 강도로 보아 한-일 정상회담은 아베 총리의 개과천선이나 새로운 총리의 등장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중국도 “역사 정의와 인류 양식에 공공연히 도전하는 행위로 강력한 분노를 표시한다”고 성토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북한 내부의 급격한 권력 변동, 중-일 영토분쟁, 한-일 역사 갈등으로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에 불안 요인 하나를 더하는 것이다. 그가 입만 열면 말하는 ‘적극적 평화주의’가 실은 ‘적극적 분탕주의’임도 이번에 확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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