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되는 새해 예산안 |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1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안보다 1조9000억원 줄어든 355조8000억원(총지출 기준) 규모로 지난해보다 4.0% 늘었다. 애초 정부안에서 5조4000억원을 감액하는 대신 복지예산 등에서 3조5000억원을 증액한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중 상당부분이 반영되지 못했다. 더욱이 20조원 안팎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계속됨으로써 균형재정은 사실상 무너졌다. 앞으로 세입을 늘리고 불필요한 세출을 줄이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복지 공약 축소와 비현실적인 세입 추계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개선된 건 거의 없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대학생 반값 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등을 위한 예산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복지예산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고 생색을 낼지 모르겠지만 증가액의 절반 이상이 공적연금 등 경직성 예산이다.
그럼에도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정부안보다 오히려 늘린 것은 문제다. 애초 정부안도 4대강 사업을 벌인 이명박 정부 5년의 연평균 금액 수준과 비슷했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오히려 4000억원이 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의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 불요불급한 에스오시 예산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런 마당에 이번 국회에서도 ‘쪽지예산’ 끼워넣기 논란이 벌어진 것은 유감이다.
세입 측면에서도 아쉬운 대목이 많다.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기준 금액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춰 4700억원 정도의 세수 증대가 예상됐지만 각종 세제 혜택이 늘어남으로써 총수입 예상치는 오히려 1조4500억원이 줄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종교인 과세를 유보한 것도 세입 감소에 한몫했다. 복지 확대를 위한 부자증세 요구가 있었지만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법인세 인상 등 실질적인 증세 방안 마련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국가재정은 날로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4000억원 줄긴 했지만 그래도 25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8%에 이르는 것으로 이미 균형재정이 무너진 상태다. 정부는 2010년 재정운용계획에서 2014년에는 관리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여지없이 빗나갔다. 이대로 가다간 빚내서 빚 갚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5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