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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봉으로 일관한 국회의 국정원 개혁안 |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금지를 위한 국회 차원의 1차 성과물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활동 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처리했다. 여야가 줄다리기 끝에 어렵사리 합의했다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실속 없는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이번 개혁안의 쟁점은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보수집 활동 범위, 사이버심리전을 통한 정치개입 금지 등이었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정치개입의 통로가 됐던 기존 제도들을 인정하는 선에서 몇몇 통제장치를 만드는 데 그쳤다. 이는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근본적 치유책과는 거리가 멀다.
개정된 국정원법은 국정원이 국가기관과 정당·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정보수집 활동을 할 때 법률과 국정원 내부 규정에 위반하는 파견 및 상시출입은 금하도록 했다. 개정안대로라면 오히려 국정원 정보관은 정당·언론사 등에 대해 필요할 경우 얼마든지 때때로 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또 국정원으로 하여금 내부 규정을 만들어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사이버심리전과 관련해서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관여 행위를 처벌한다는 내용을 국정원법에 명문화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에서는 국회가 오히려 대국민 심리전을 합법화하는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한다. 개정법의 취지는 사이버심리전은 허용하되 정치관여는 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 정도로는 정치개입을 막기에 태부족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관련해서는 제도가 아니라 운영이 문제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제도는 잘 돼 있지만 몰래 탈법을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국정원 개혁에서 이런 접근법은 곤란하다. 이번 기회에 제도를 확실히 뜯어고쳐 운영을 어떻게 하든, 조직 책임자가 누구든 정치개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개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뿌리 자체를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원 정보관의 기관 출입을 금지하고, 국정원의 사이버심리전 기능도 폐지했어야 한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 사실상 선거부정의 본산이었다. 이런 조직에 대해 몇몇 그럴듯한 장치들을 달아주고 면죄부를 주어서는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국내 파트의 폐지 또는 대폭 축소, 사이버심리전 기능의 다른 부서 이관 등 대수술 없이는 지금의 국정원은 회복 불능이다. 국회는 2월까지 더 근본적인 국정원 개혁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여기서도 개혁이 미봉으로 끝나서는 국민의 엄중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점을 정치권은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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