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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부채 1000조, 획기적인 감축대책 마련해야 |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해 10~11월 두 달 동안 은행과 저축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9조원 늘었다. 지난해 9월 말 전체 가계부채가 991조원이었으니 같은 기간 늘어난 보험사 등의 대출까지 합하면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가계 부채 증가 속도도 갈수록 빨라져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가계 부채 증가는 소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자 갚느라 돈 쓸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비라는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경제는 성장은커녕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소득이라도 늘어난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오히려 빠르다. 그러다 보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13년 9월 말 169.2%까지 치솟아 사상 최악이다. 부채가 소득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까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짐에 따라 자칫하면 자영업자발 가계부도 대란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는 1억1700만원으로 월급쟁이 등 비자영업자(3800만원)보다 3배 이상 많다. 더욱이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010년 0.8%에서 2012년 1.12%, 2013년 3월 1.34%로 꾸준히 늘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 수위에 이른 셈이다.
가계 부채가 이렇게 급증한 것은 지속된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소득이 줄어든 탓이 크지만 정부 정책 탓도 적지않다. 특히 방향을 잘못 잡은 부동산정책이 문제다. 정부는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을 때마다 빚내서 집 사고, 빚내서 전세자금 충당하라고 부추겼다.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해 가계, 특히 집없고 돈 없는 서민 가계를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다. 더 이상 이런 식의 서민 약탈적 부동산대책을 지속해선 안 된다.
정부는 조만간 장기 모기지 공급을 확대하고,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장기화하는 방안 등을 담은 가계 부채 대책을 발표할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통상적인 대책으로 가계 부채 규모가 줄어들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채무 부담이 과중한 취약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대책이나 과감한 채무 구조조정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획기적인 부채 감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급증했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도 면밀히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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