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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기초선거 공천폐지 여부 빨리 결론 내라 |
오는 6월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까지는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았으나 아직까지 ‘게임의 규칙’이 확정되지 않은 채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가동중이지만 이달 말로 예정된 활동 시한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갑자기 기초의회 폐지, 단체장 연임 횟수 축소, 정당공천제 유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을 들고나왔다가 “아직 당론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물러서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제도 개편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여부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후보들이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7월 전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제 새누리당이 당론을 정하면 여야 간에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될 수 있는데 새누리당은 계속 당론 확정을 미루고 있다.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난색을 보이는 것은 공천을 폐지할 경우 지방선거에서 불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거 최대 표밭인 수도권 등에서 민주당 출신 현역 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이 유리해지는 반면 새누리당은 여권 후보의 난립으로 열세에 놓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을 지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있게 폐기하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서 어물쩍 이 사안을 넘길 묘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기초의회 폐지 방안을 들고나온 것도 이런 전략적 고심의 결과로 보인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전면적인 지방자치제도 개편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데다 주장 자체도 매우 어처구니없다는 점이다. 기초의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된다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아예 풀뿌리 민주주의의 싹을 잘라버리자고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새누리당은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사안의 본질을 피해 문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 황우여 대표가 “지방자치제도 전반의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지방자치발전특위를 구성하자”는 생뚱맞은 제안을 하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까지는 이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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