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주초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간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희생자가 1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단일 사건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참사다. 하지만 단순한 자연재해라고 하기에는 사회·정치적 요인이 두드러진다. 이모저모 잘 살펴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까닭이다.도시가 물에 잠긴 이후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서 계속된 약탈과 폭력, 무정부 상태는 눈을 의심케 한다. 지난해 남아시아 지진해일 때는 20만명 이상 숨졌으나 자그만한 폭동이나 약탈도 없었다. 숨진 사람이 대부분 흑인이고, 저지대에 사는 많은 흑인이 사전 대피 경고를 무시한 이유에 대해서도 미국 사회는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그간 잠재돼온 인종·경제적 차별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늑장 대응을 했다느니, 사전 대비가 소홀했다느니 하는 비판도 제3세계 나라들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어느 모로 보나 세계 최대 부자나라이자 유일 초강국의 모습이 아니다.
참사 이후 국제사회가 각종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에 대해 냉랭한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심각한 국내 갈등 요인은 방치한 채 불법적인 이라크 침공과 점령을 강행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냉소가 깔려 있다. 잦은 허리케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부시 행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 역시 국제사회와 거리를 만들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지구촌 빈곤 퇴치보다 정치·군사적 팽창에 더 힘을 기울여온 것도 마찬가지다.
자연재해는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증폭될 수 있음을 이번 사태는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태풍이 잇따라 올라오는 철이다. 만에 하나라도 뉴올리언스의 비극이 이땅에서 재현되는 일이 없도록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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