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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치매 환자,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돌봐야 |
그룹 슈퍼주니어 일원인 이특의 가족에게 닥친 비극은, 치매가 이제는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할머니를 돌보던 이특의 아버지가 병수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픔은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북 청송에서 치매 아내를 돌보던 80대 노인이 차를 몰고 저수지에 뛰어들었고, 8월에는 서울에서 80대 할아버지가 치매 아내를 돌보다 비극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국가 복지 확대의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65살 이상 노인의 치매 발병률은 2008년 8.4%, 2010년 8.8%, 2012년 9.1%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12년의 경우 남성 15만6000명, 여성 38만5000명 등 총 54만1000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정상에서 치매로 옮겨가는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까지 따지면,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치매 위험 상태로 분류된다.
치매의 아픔은 환자 본인에 그치는 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고통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대한치매학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8%가 치매 환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런 가족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진짜 환자가 되기도 한다. 환자에게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어려움과 아무리 최선을 다해 보살펴도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데 따른 좌절감 때문이다. 환자를 제대로 돌볼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그 고통은 더 가중되기 마련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지만,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정부 대책은 답답하기만 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치매 판정 기준을 낮춰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를 늘려야 한다. 현재 이 보험을 적용받는 사람은 치매 외에 각종 노인성 질환을 모두 포함해도 29만명에 그치고 있다.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치매전문병원은 7곳밖에 없다. 치매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65살 이상 노인들은 정기적으로 치매 검사를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치매관리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해 좀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다행히 몇몇 의원들이 이미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라고 하니, 2월 임시국회에서는 이 법안들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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