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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중해야 할 ‘북한 급변사태’ 논의 |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새해 첫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이들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한-미 동맹이 한 치의 틈도 없는 단결로 공동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군 당국이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미국이 최근 자국 본토에 주둔하고 있는 기갑사단 소속 1개 기계화대대와 중화기의 한국 순환배치를 발표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세가 불확실할수록 안보를 튼튼하게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회담에서는 군사 대비태세 강화 외에 북한의 ‘급변사태’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급변사태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설명의 맥락을 보면 그렇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윤 장관은 회담 뒤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북한 정세를 심도 있게 협의하기 위한 다양한 차원의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고위 당국자는 “북한 정세를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것은 앞으로 이런 정세 평가의 토대 위에서 북한의 변화를 좀더 빨리 이끌어내자는 정책적 방향과 연결이 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정세 협의체는 기본적으로 비핵화를 의제로 하는 6자회담과 다른 것이며, 형식은 한-미 양자 외에 중국이 참여할 수도 있고, 북한을 뺀 5자나 유엔 차원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 해결의 마당 노릇을 해온 6자회담 외에 양자든 다자든 북한 정세를 논의하는 별도의 창구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큰 정책 변화다. 당연히 몇 가지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첫째, 6자회담과의 관계 설정이다. 6자회담을 뒤로 미루고 북한 정세 협의체를 앞세우는 것인지, 병행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비핵화를 최우선순위에 둔다고 한 것과도 아귀가 맞지 않는다. 6자회담을 주도해온 중국이 별도의 협의체에 동의할 것 같지도 않다. 둘째, 정세 협의의 목적이 북한의 급변사태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하자는 것인지, 급변을 유도하자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고위 당국자의 말로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데 방점이 있는 듯한데, 자칫 남북 긴장만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
유동적인 북한 정세에 다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실질이 따르지 않는 말만 앞세워선 곤란하다. 북한 정세 협의체가 역사 문제로 삐걱거리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우회상장’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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