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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시범운영이 보여주는 것 |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시범운영 평가보고서는 입시위주 교육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의 운영 방식은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자사고 현지 방문 평가위원회가, 자사고가 사학혁신 모델이 될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확대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보고서를 보면 6곳의 자사고 가운데 대부분이 학생 선발과정에서 국·영·수 실력을 평가했다. 토플 같은 영어시험 결과도 전형자료로 활용돼 사실상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 내용 또한 입시 위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특기적성 교육이 일반 고교와 비슷하게 주요 교과의 심화보충 형태로 운영되고, 학생과 교원들도 학교 운영이 진학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건학 이념에 충실한 교육을 하겠다는 이들 학교의 애초 약속은 절반만 지켜진 셈이다.
자사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3년 전 시범운영에 들어갈 때 이미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고, 2003년 한국교육개발원의 평가자료집도 자사고의 입시 기관화를 우려한 바 있다. 자사고의 하나인 민족사관고가 입시 명문고로 평가받고 이 학교 지망생을 위한 학원 강좌가 곳곳에 있다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안다. 게다가 돈 없는 집 아이들은 자사고 진학이란 꿈도 못 꾼다. 평준화 틀에서 벗어나는 입시 명문고 확대 차원에서 자사고 확대를 지지하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자사고 시범운영 결과가 보여주는 건, 학교 형태의 다양화가 아니라 입시 위주 풍토 해결이 우리 교육의 가장 큰 과제라는 평범한 진리다. 교육 당국은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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