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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10 18:41 수정 : 2014.01.10 18:41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9일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방송심의의 새로운 기준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언론계로부터 가장 문제 조항으로 지목돼온 ‘민족 존엄성’ 조항은 빠졌지만, 추상적 기준의 추가로 인한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심의의 공간이 커졌다. 개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방송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추상적 조항을 정치 편향이 심한 심의위원들이 악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방통심의위가 심의한 사례를 살펴보면, 새 조항의 추가가 ‘국가보안법의 방송심의 판’이라는 방송계의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제이티비시>(JTBC) ‘뉴스9’을 징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방통심의위는 여권 추천 위원 주도로, 제이티비시가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사건을 보도하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며 프로그램 관계자에게 징계 및 경고 조처를 내렸다. 이들은 또 지난해 11월 방송된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 박창신 신부를 출연시킨 데 대해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적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정미홍 전 <한국방송> 아나운서를 출연시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종북이라고 매도한 친정부 성향의 <티브이(TV) 조선>의 ‘뉴스쇼 판’에 대해서는 경징계에 그쳤다.

공정성과 객관성 기준만으로도 이렇게 정치 편향이 심한 결정이 난무하는 판인데, 또 다른 추상적 기준의 추가는 여기에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여권 심의위원들은 이번에 유보된 ‘민족 존엄성’ 조항도 재차 추진할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객관성과 공정성 위반으로 방통심의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시비에스의 ‘김미화의 여러분’이 최근 법원에서 부당한 제재라는 판결을 받은 것은 오히려 방통심의위가 공정성과 객관성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언론의 자유에 속하는 방송 내용을 일일이 심의해 행정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부터가 위헌적 발상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당파성이 그대로 심의에 반영되는 구조로는 심의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얻을 수 없다. 차제에 심의위 구성에서 당파성을 배제할 수 있는 단기 처방부터 검열 논란이 불가피한 심의위의 폐지까지 포함한 방송심의제도의 폭넓은 개선을 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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