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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나친 ‘재벌 의존’으론 한국 경제 미래 없다 |
경제력 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양대 그룹으로의 쏠림이 두드러진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에 따르면, 2012년 삼성과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국내 법인 전체 영업이익(국세청 기준)의 22.4%를 차지했다. 이 두 그룹 계열사의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무려 36.5%에 이른다. 이런 쏠림 현상은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의 급성장 자체를 탓할 것은 없다. 이들 기업의 눈부신 성장은 생산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인 해당 기업 종사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앞으로도 이들 기업이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의 확고한 위상을 굳건히 지켜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재벌 의존 심화가 지속적인 국민경제 발전이란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정부가 수출주도형 선도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이들 대기업의 성장을 통한 국민경제 성장을 추구해왔다. 이른바 낙수효과에 기댄 성장모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더이상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이 이미 확인됐다. 대기업 수출이 아무리 늘어나고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도 나머지 대다수 기업은 더욱 피폐해져 간다. 소수 재벌에 의존한 한국 경제의 발전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이 입증됨 셈이다.
경제력 쏠림은 특정 재벌이 국민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국내 기업 전체 매출이나 수익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과 현대차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경제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 재벌은 경영권이 2세, 3세로 승계되면서 경영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오너 일가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어 위험도는 한층 높아졌다. 삼성과 현대차 의존 심화가 국민경제 발전의 걸림돌을 넘어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정부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수출대기업에 치중했던 환율정책이나 세제혜택 등을 중단하고, 중견·중소기업들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대기업이 하청·협력업체 등의 희생을 딛고 성장하는 약탈적 경제 구조가 더는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경제민주화가 절실히 요구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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