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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한미군 방위비 감사, 흐지부지해선 안 된다 |
감사원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감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감사를 하게 되면 이는 방위비 분담 협정이 체결된 1991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된다. 최근 체결된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에 따라 매년 1조원 가까운 세금을 지원해야 하고 누적 분담금이 10조원을 훨씬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야 감사를 하려고 하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성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 감사를 하는 건 의미가 크다.
외국까지 낀 전인미답의 영역을 감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감사원의 자세일 것이다. 감사원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임하지 않으면 외교마찰과 전례를 내세운 관련 부처의 벽에 막혀 겉치레 감사에 그치거나 아예 감사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벌써 감사원의 태도가 미덥지 않다. 감사원은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방위비 감사를 위해 외교부, 국방부, 서울국세청을 방문조사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명자료를 내어 한발 빼는 자세를 보였다. 이번 방문조사는 감사 실시를 위한 예비조사나 감사 착수가 아니며, 공익감사청구에 따른 자료수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임무라는 점을 잊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임하기 바란다.
공익감사청구를 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지난해 10월 낸 청구서를 보면, 감사에 착수할 충분한 이유가 담겨 있다. 미국 쪽이 분담해야 할 미 2사단 이전 비용이 법적 근거 없이 우리 쪽이 낸 분담금에서 전용됐으며, 7000억원이 넘는 미집행 금액을 영내 은행에 넣어 1000억원 이상의 이자수익을 내는 영리활동을 하면서 그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감사원이 외면해선 안 되는 일이다. 평통사는 매년 크게 발생하는 불용액을 국고에 귀속하지 않고 다시 지급하는 문제도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감사원은 ‘세금 지킴이’로서 철저한 감사로 답할 의무가 있다.
감사원의 감사가 한-미 동맹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동맹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잘못된 관행을 눈감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데서 더욱 강화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주한미군의 어느 곳에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지를 알아야 동맹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감사원의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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