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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후보들로 대법원 다양성 어떻게 갖추나 |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16일 차한성 대법관(법원행정처장 겸임)의 후임으로 5명의 후보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현직 판사 4명과 검사 1명이다. 이들 가운데 1명이 대통령 임명과 국회 동의를 거치면 3월3일부터 6년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대법원은 그동안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수도 없이 받아왔다. 성향과 가치관은 물론 성별과 학연, 출신 등 외양상의 다양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이번에도 역시 그런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우리 대법원은 군사정권 아래서 오랫동안 제구실을 못했다. 신군부 시절엔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했다는 이유로 대법원 판사들까지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할 정도였으니 법원은 정권의 장식물에 불과했다. 민주화 이후 겨우 법원이 제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으나 대법원이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명실상부한 최고 사법기관의 위상을 회복하는 데는 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사회의 여러 가치와 지향, 전문성 등을 고려해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조금이나마 갖추기 시작한 건 참여정부 때였다고 봐야 한다. 박시환 대법관 등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개혁적인 대법관들이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면서 보수 기득권 편향의 대법원에 새바람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이 물러난 뒤부터 다시 대법원에 가치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보수 편향의 구도가 부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신영철 대법관처럼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공정성이나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인사가 여전히 버티고 앉아 임기를 채우고 있는 것이 대법원의 실추된 위상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이뤄진 대법관 인사에서도 여전히 이런 기류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번에 추천된 5명도 종전의 인사 패턴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가치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외양상의 다양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판사 출신이 12명이고, 각각 교수와 변호사 출신인 2명도 판사를 지낸 인물인 천편일률의 구도가 그리 달라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직 검사로 추천된 정병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 시절 피디수첩 사건 기소를 밀어붙이고 용산참사 수사를 편향적으로 진행하는 등 최소한의 자격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 출신 김병화 후보자가 낙마한 뒤 다시 이런 함량미달의 인물을 추천한 법무부의 후안무치한 태도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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