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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방송의 중요성 확인한 ‘MBC 판결’ |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박인식)가 17일 정영하 <문화방송>(MBC) 전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4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및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이 징계를 받은 뒤 짧게는 368일, 길게는 684일 만에 거둔 값진 승리다. 이로써 2012년 문화방송 노조가 공정방송을 내세우며 170일간 벌인 최장기 파업은 정당성을 확인받게 되었고, 해고자 및 징계자들도 원직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의는 법원이 방송의 공정성을 요구한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이 정당했음을 명확하게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공정방송 의무는 노사 양쪽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관계를 형성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아울러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준수 여부는 근로관계의 자율성에 맡겨진 사항이 아니라 사용자가 노동조합법 제30조에 따라 단체교섭의 의무를 지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이 특정 경영자를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여러 절차적 규정을 위반하고 인사권을 남용하는 방법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진에 대하여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것으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이 문화방송의 경우에만 한정하지 않고 언론매체 일반의 공적 기능과 역할을 강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재판부는 “일반 기업과 다른 방송사 등 언론매체의 경우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발전에 필수적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올바른 여론의 형성을 위하여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매체를 특정 정파나 사주의 전유물인 양 운영하고 있는 작금의 언론 풍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목소리가 언론계 내부가 아니라 사법부에서 나왔다는 점은 언론계로선 수치스런 일이지만, 판결의 역사적 의미는 크다.
문화방송사 쪽은 이번 판결을 자성의 계기로 삼는 대신 즉각 항소하겠다며 오히려 반발했다. 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근로조건으로 본 재판부의 판단은 파업의 목적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 결여와, 2월 말 사장 선임을 앞둔 정권 눈치 보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행태다.
문화방송사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에 대한 무모한 대응을 철회하고, 즉각 해고자 및 징계자를 원직복직시키고 무너진 방송의 공정성을 살리는 일에 매진하기 바란다.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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