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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19 19:00 수정 : 2014.01.21 21:00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천 폐지의 위헌성 등을 거론하며 “잘못된 대선 공약을 여야가 공동으로 사과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민주당은 물론 안철수 의원도 거세게 반발하며 국회 정치개혁특위 해산과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정의당은 새누리당의 공약 폐기를 비판하면서도 여성 및 사회적 약자들의 의견 반영을 위해서는 정당공천제가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권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처럼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사안도 찾아보기 힘들다. 폐지론자들은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 공천 과정의 부정부패, 지역주의 심화 등을 지적한다. 반면에 정당공천 폐지는 정당의 책임정치 원칙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지방 토호 세력의 득세로만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당공천 폐지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도 해석이 제각각이다. 지난해 6월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이 중앙선관위 등 9개 단체·기관에 의견을 물은 결과, 한국정치학회와 한국선거학회 등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반면 대한변협은 합헌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는 딱히 어떤 ‘정답’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제도를 선택한다고 해서 지방선거의 문제점이 저절로 해소되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각 정당이 겉으로 내건 대의명분과 달리 속으로는 정치적 이해득실의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표밭인 수도권 등에서 민주당 출신 현역 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이 유리해진다고 보는 반면 새누리당은 그런 이유로 정당공천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위헌 문제 등을 내걸어 공약 폐기를 합리화하고 여야 공동 사과까지 제안한 것은 참으로 황당하다. 사과를 하려면 다른 당을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나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당시에도 위헌 논란이 있었는데 굳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것은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는지 등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공약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공약 폐기를 선언하면서도 박 대통령과 어떤 상의를 했는지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불똥이 박 대통령에게 튀지 않게 하려는 배려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온당치 못하다. 사안의 성격상 대선 공약 폐기는 박 대통령의 지시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침묵으로 외면할 일이 아니다. 백보 양보해 지금은 외국 방문 중이라고 해도 최소한 귀국하는 대로 곧바로 공약 폐기의 이유와 경위, 자신의 입장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의 공약 중 남은 것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지만 공약 폐기를 하면서도 국민에게 아무런 미안함도 느끼지 않는 오만한 모습은 더욱 실망스럽다.

기초단체 공천폐지 논란, 대통령이 답하라 [성한용의 진단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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