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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조 경영참여 확대는 못할망정 거꾸로 가서야 |
기획재정부가 최근 295개 공공기관에 ‘경영평가편람’을 내려보냈는데, 여기에 ‘경영·인사권의 침해를 조장하는 단체협약의 개선을 위한 기관의 노력과 성과가 적절한가’라는 항목을 신설했다고 한다. 일부 공공기관이 노조 간부를 인사·징계할 때 노조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하거나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맺은 걸 문제삼은 것이다. 노조의 경영·인사 참여를 뿌리뽑지 않으면 기관장의 자리가 위험해질 거라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다. 특히 노사 갈등이 심하다. 지난해 8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27개 회원국 가운데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노조의 경영참여 같은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독일에서 노동쟁의가 드문 이유는 ‘사업장평의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다들 말한다. 이 평의회는 5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장에 두도록 돼 있으며, 사용자에 대해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공동결정권, 협의권, 제안권, 청문권, 보고청취권, 자문권 등 다양한 참여권을 가진다. 이런 제도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독일의 산업 평화를 가져왔다.
미국의 경우 노조의 경영참여는 경찰 조직에도 존재한다. 경찰의 인사권이 서장에게 집중되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문제들이 노조 활동을 통해 상당히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고 경찰의 복지가 향상됐다. 이 때문에 유능한 젊은이들이 경찰 조직에 대거 지원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교원과 일반직 인사위원회에 모두 노조원이 위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선례가 있다.
노조의 경영·인사 참여를 통해 마련된 신뢰는 노사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준다. 비록 결정은 더디더라도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이니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긍정적 효과를 민간 영역에 권장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지는 못할망정, 거꾸로 앞장서서 노조의 경영참여를 막으려 하는 것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처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모든 노동정책이 노조를 압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일시적으로 진정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결국 더 큰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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