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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3 19:12 수정 : 2014.01.24 11:41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국민 분노를 자초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현 부총리는 22일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며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문책론을 일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현 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무책임하고 오만하기 그지없다. 이번 사태에 대한 수습 능력 이전에 정보 유출에 대한 기본 인식이 너무나 안이하고 무지함을 보여준다. 발언의 파문이 커지자 그는 기획재정부 대변인을 통해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면서, 금융소비자의 신중한 거래를 당부한 것일 뿐 책임을 전가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에서도 그의 현실인식에 대한 심각한 오류는 그대로 남아 있다.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과 이용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없다.

개인정보는 정보 주체인 당사자가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신용카드 개설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받을 때는 개인의 신중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있다. 정보 제공 및 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돼 있는 현실이 이번 사태의 단초이다. 개인정보 제공을 사실상 강제받고 있는 금융소비자들이 어떻게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지 현 부총리에게 묻고 싶다.

그를 포함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문책을 피하려는 자세도 더는 용인할 수 없다. 툭하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해온 기업의 부주의나 과실만 탓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객 정보를 계열사끼리 마음대로 돌려가며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사고 이후에도 솜방망이 처벌과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해온 금융당국도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금융소비자 보호보다는 금융사업자의 편의를 봐주는 데 초점을 맞추어온 제도와 관리감독 관행을 고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정보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의 첫걸음이다.

금융거래에서 신뢰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생명처럼 소중히 여겨야 할 덕목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대형 사고는 해당 금융사와 고객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전체 금융시스템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 대책도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성공한다. 그런데 정책 당국의 최고 책임자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는커녕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 #231] 다 털린 개인정보, 인권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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