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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3 19:13 수정 : 2014.01.23 19:13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처음 제기한 데 이어 22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도 대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대박론만 떼어놓고 보면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되면 한반도 경제·생활권이 창출되고 그 영향은 인접한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 연해주에도 미칠 것이다. 군비감축 등 평화배당금과 동북아 경제통합을 촉진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 분단 상황에 따른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평화통일론의 전파는 일리가 있다. 통일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긍정적 인식을 고무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이기도 하다. 통일을 당위가 아닌 선택으로 보고 비용에 민감한 젊은층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없는 통일대박론은 거품에 불과하다. 평화통일의 전제는 교류·협력 진전과 점진적인 경제·사회 통합 등을 바탕으로 남북 주민 다수가 정치·군사적 통합에 합의하는 것이다. 곧 민족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통일은 다가오지 않는다. 이에 비춰볼 때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은 통일대박론과 어울릴 여지가 없다. 정부는 북한의 변화를 압박할 뿐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는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대결관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그 의미를 정면으로 부인한다.

지금과 같은 통일대박론은 오히려 통일과정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통일대박론이 북한붕괴론과 결합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경우다. 그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2일 ‘통일이 독재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쪽 대통령이 북쪽 정권을 대화 상대가 아니라 제거하거나 바꿔야 할 독재자라고 공언한 셈이다. 북쪽 급변사태를 거론하는 고위 관리들의 발언도 잇따른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달 말 송년회 자리에서 ‘(북한 체제가 붕괴돼) 2015년에는 자유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인내심 있게 남북 교류·협력을 진전시키려는 의지가 없는 정권일수록 통일 담론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다가 유명무실해진 통일항아리 사업이 가까운 사례다. 지금으로선 통일대박론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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