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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쟁을 바라는 듯한 아베 총리의 위험한 발언 |
‘지금의 중-일 갈등이 1차대전 직전 영국-독일 관계와 유사하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2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포럼 기조연설 뒤 주요 국가의 언론인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무력충돌을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1차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영국과 독일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마치 전쟁을 바라는 듯한 그의 발언은 즉각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왔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4일 ‘동중국해의 전쟁 기류를 멈춰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간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의 격화하는 갈등을 언급한 뒤 “일본 총리가 유럽의 1914년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으스스하고 선동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타임> <비비시> 등 미국과 유럽의 매체들도 일제히 아베 총리가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부정하는 말을 전혀 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며, 중-일이 전쟁 직전의 긴박한 상황에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에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는 총리의 발언 취지가 잘못 전해졌다며 세계 각국의 대사관을 통해 주재국 언론매체에 해명하도록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쉽게 효험을 발휘할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우경화·군사화를 주도해온 아베 총리가 이전에도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를 보란듯이 방문하는 등 국제적 비난을 살 도발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오히려 놀라운 것은 실수든 의도적이든 분쟁 당사국의 총리가 직접 호전적인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일 것이다.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군사령관이 23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중-일이 대화를 하지 않으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동중국해의 중-일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의 발언을 고려하면, 오히려 북한의 급변사태보다 중-일의 급변사태 가능성이 더욱 큰 게 아닌가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만약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북한 사태와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일본, 중국은 아주 작은 무력충돌이 당사국뿐 아니라 지역 및 세계에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두 나라에 큰 영향력을 지닌 미국도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처지에 몰릴 수 있는 우리도 명운을 걸고 평화의 전도사 노릇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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