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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4 19:03 수정 : 2014.01.24 19:03

고용노동부가 23일 ‘통상임금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판결을 노동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 조처다. 대법원 판결은 애초에 기업 쪽과 청와대의 걱정을 풀어주려 억지 꿰맞추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노동부 지침은 대법원 판결을 한층 더 기업 쪽에 유리하게 해석했다. 이중의 편향이 발생한 것이다.

지침을 보면, 정기상여금은 특정 시점에 재직중인 노동자에게만 지급되는지에 따라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달라진다. 정기상여금이 지급되기 전 퇴직한 노동자에게도 근무한 것에 비례해 상여금을 지급한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지급하지 않는다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면 대법원 판결로 적어도 정기상여금은 모두 통상임금이 될 거라고 봤던 노동계의 기대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세 곳 가운데 한 곳 정도에 불과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기업들은 앞다퉈 모든 상여금과 수당에 ‘재직자 기준’을 추가해 통상임금을 낮추려 들 것이다. 노동부가 기업들에 어떻게 하면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을 피해갈 수 있는지 편법을 가르쳐준 꼴이 되고 말았다.

이 지침은 기존 대법원 판례와도 어긋난다. 대법원은 1981년 “정기상여금이 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는 것이 분명한 이상 퇴직자에게 근무 일수에 비례한 임금지급 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이 과거 통상임금 산정이 잘못돼 못 받은 임금을 청구하는 것을 불허하면서 내린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기업 쪽에 유리하게 판결을 해석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판결을 내릴 때 ‘이 판결 이후 합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고용부는 올해 임금협상 전까지 유효하다고 적용 기간을 늘려버린 것이다.

노동부의 지침은 노사간에 의견 차이가 생길 경우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그런데 이처럼 어느 한쪽에만 유리할 경우,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대립만 부추기게 된다. 당장 민주노총이 2월25일 열리는 국민 총파업 뒤 정부의 통상임금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또다시 총파업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노동계가 지침을 인정하지 않고 소송에 나설 경우 또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등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 대변인조차 절차상 문제를 삼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겠는가. 노동부는 당장 어설픈 지침을 철회해야 한다. 그런 뒤 국회가 나서서 통상임금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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