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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7 19:57 수정 : 2014.01.27 21:23

삼성그룹이 올해 신입사원 채용부터 적용하기로 한 ‘대학총장 추천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삼성이 대학별 추천 인원을 할당함으로써 대학 서열까지 매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과정에서 대학별·지역적 차별을 두었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런 비판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삼성은 사려 깊지 못한 채용방식 변경으로 사회적 논란이 야기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해소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이 대학별로 총장 추천 인원을 차등적으로 할당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취지야 어떻든, 삼성이 대학별 서열을 매기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채용시장의 슈퍼갑인 삼성이 어느 대학에 몇 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는 것은 삼성이 그 대학을 그만큼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의 서열구조는 한국 교육과 한국 사회를 왜곡하는 주범으로 지탄받아왔다. 삼성 같은 초일류기업이 이런 서열구조를 깨뜨리는 데 기여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강화하는 쪽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꼭 총장 추천을 받고 싶으면 학점이나 인성 등 기준을 제시하고 학교 쪽에 재량껏 추천하게 하되, 대학이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을 추천하면 탈락시키면 될 일이다.

논란이 더욱 커진 것은 할당된 추천 인원이 대학별, 지역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대학’인 성균관대가 가장 많은 115명을 할당받고, 여자대학과 호남지역 대학들의 할당 인원이 적은 것은 이런 논란을 부채질했다. 삼성은 이공계 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있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을 구분했다고 하지만 그 기준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성은 총장 추천을 받더라도 서류전형만 면제해 줄 뿐이기 때문에 총장 추천이 곧 입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굳이 이런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대학총장 추천제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직무적성검사 응시 인원을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삼성이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전형을 해 적성검사 응시자를 최소화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총장 추천제로 인한 대학 서열화 문제를 피하려면 그룹 공채가 아니라 각 계열사가 각 대학의 관련학과에 추천을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과 같은 총장 추천제는 본래 의도와 상관없이 삼성이 대학 서열까지 매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할당 인원 확대를 위해 대학이 삼성에 매달리는 등 온갖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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