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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담배 소송 적극 지원하라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하자, 한국담배협회가 27일 반발하고 나섰다. 담배협회는 케이티앤지(KT&G), 필립모리스, 비에이티(BAT), 제이티아이(JTI) 등 국내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4개 담배회사가 결성해 만든 단체다. 담배협회가 소송의 한쪽 당사자인 만큼 당연한 대응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오히려 그들의 주장을 들으면서 담배 소송이 지니는 의미와 무게를 새삼 깨닫게 된다.
담배협회는 과거 담배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전례가 없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재판을 둘러싼 환경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6월 연세대학교 지선하 교수가 공단이 보유한 130만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는 후두암과 폐암 등 35개 질환에 걸릴 위험이 6.5~2.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과 질병 사이의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하긴 쉽지 않지만, 이런 의료비 피해 통계로 승소를 이끌어낸 사례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이미 있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1994~97년에 50개 주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으며 양쪽의 합의로 담배회사가 25년간 주정부에 약 230조원을 물어주게 됐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이다.
설사 공단이 패소하더라도 헛된 시도는 아니다. 소송을 통해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널리 알려 흡연자들의 금연을 유도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1.8%로 세계 평균 31.1%보다 훨씬 높다.
담배협회는 이미 담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2500원짜리 담배 1갑당 354원)을 부과하고 있는 마당에 소송은 이중으로 돈을 받아내려는 처사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옳지 않은 주장이다. 부담금은 이미 담뱃값에 포함돼 흡연자가 낸 것이지 담배회사가 자신의 이익에서 떼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도 있다. 정부의 책임을 거론한 부분이다. 국내 담배산업은 2002년 민영화 이전까지 정부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해왔다. 지금도 담배 제조와 판매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관련 세금을 거두고 있어 흡연을 방치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공단의 담배 소송 추진에 제동을 걸려고만 했다. 연간 7조5000억원에 달하는 담배 세수 감소를 우려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 국민의 건강을 챙겨야 하는 주무부처로서는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지금이라도 복지부는 공단이 한 치의 소홀함이 없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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