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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흥국 금융불안, 먼 나라 얘기만 아니다 |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27일 국내 증시에서 주가는 급락하고,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도 폭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기 재발의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으로서는 위기 전염을 차단할 방어벽을 다시 철저하게 점검해야 할 상황이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일부 신흥국에서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물가가 치솟게 된 계기는 미국 통화정책의 전환이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해 1월부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들어가면서 신흥국 금융불안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뿜어낸 과잉유동성을 활용해 신흥 경제권으로 물밀듯 흘러들어간 투자자금들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오면서 외환위기 사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신흥 경제권에서도 최근 수출 원자재 가격의 하락 등으로 경상수지가 급격하게 악화된 나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불안이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다른 신흥국으로 확산되면 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크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같은 신흥 경제권인데도 당장에는 이런 위기 파급의 경로에서 벗어나 있는 나라로 꼽힌다. 견고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외환보유고도 넉넉하게 쌓아둔 터여서 상대적으로 외환건전성이 높은 편이다. 정부도 신흥국발 금융불안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신흥국 전반으로 외환위기나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뒤 각 나라 간 금융시장의 연계성은 더욱 높아졌다. 또한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와 따로 노는 현상도 더욱 심해졌다. 오늘날 아무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하더라도 외부 금융시장의 충격에 노출되지 않은 나라는 없다.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의 장기화는 국내 실물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는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수입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 통화와 금융시장 불안은 고스란히 세계 교역의 둔화로 이어져 수출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이 크다. 내수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수출경기마저 둔화하면 정부가 기대하는 올해 3%대 후반의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려워진다.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을 맞아 정부는 급격한 외화자금 유출에 대한 선제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실물경기의 변동성이 커질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신흥국 외환위기, 예의주시해야 [오피니언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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