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5 20:06
수정 : 2005.09.05 20:06
사설
생명과 평화를 화두로 나흘 동안 이어진 세계생명문화포럼이 오대산 월정사 산사음악회를 끝으로 어제 막을 내렸다.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이 주최한 이번 포럼은 뭇생명을 모시고 살리자는 ‘생명문화’가 문명 전환기의 새로운 사상·철학적 대안일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2003년 이후 세번째 연 행사다. 지구촌 곳곳의 사상가, 이론가, 실천가 800여명이 모여 지혜를 나눴다. 생명과 평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공동체가 생명과 평화의 신문명을 일으켜 세울 주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는 점이다. 침략과 억압, 분쟁과 갈등의 반생명적 역사를 살아온 탓에 생명과 평화에 대한 염원이 세계 어디보다 뜨겁고 거센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한국은 가장 고통스러운 역사를 경험한 나라로, 참된 생명문화를 앞장서 일궈낼 곳이라고 한다. 여성에게 천·지·인 삼계의 대권을 넘겨주는 강증산의 천지공사를 굿 형식으로 풀어 개막행사로 처리한 것도 흥미롭다.
첫 행사부터 일관되게 거론된 ‘모심’과 ‘살림’의 개념도 곱씹어볼 만하다. 생명문화는 뭇생명의 공통된 본질인 모심으로부터 피어나는 꽃이고, 생명문화는 살림의 과정을 통해 더욱 살을 찌워간다는 것이다. 인류가 처한 위기의 본질이 사람에 대한 억압과 사람에 의한 죽임에 있다면, 사람을 모시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 어찌 다급하지 않겠는가. ‘생명학과 전지구적 생명운동’을 다룰 내년 행사는 더욱 너른 지혜나눔의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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