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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대화, 탐색전 넘어서 구체적 결실을 |
남북이 12일 판문점 남쪽 지역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접촉을 가졌다. 차관급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원동연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다. 박근혜 정부와 김정은 정권의 출범 이후 이뤄진 접촉 가운데 최고위급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접촉은 남북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 상대의 반응을 알아보는 탐색전의 성격을 갖는다. 사전에 의제를 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양쪽이 무엇에 중점을 두는지는 거의 드러나 있다. 남쪽은 이산가족 상봉의 원활한 진행과 상봉 정례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및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사업에 대한 협력, 핵 문제에 대한 북쪽의 진정성 있는 태도 등을 강조해왔다. 반면 북쪽은 24일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어렵게 이뤄진 만남인 만큼 정상회담 등 더 높은 차원의 대화에 대해서도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의견교환 정도는 했을 법하다.
남북이 차관급 이상 고위급 접촉을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12월 장관급 회담 이후 무려 6년 2개월 만이다. 이후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비슷한 만남이 한 차례도 없었던 것은 남북 관계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현 정부 출범 뒤에도 남북 관계는 파란을 겪었다. 지난해 봄 내내 북쪽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한-미 군사훈련, 개성공단 폐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6월에는 수석대표의 급 문제로 각료급 회담이 개최 직전 무산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지금의 남북 관계 역시 불안한 상태다. 오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예정돼 있지만, 북한은 키리졸브 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를 남북 관계와 연계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남북의 평화공존을 전제로 하는 한 북한과 관련된 어떤 정책이건 실효성이 있으려면 남북 관계 진전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경제공동체 형성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제까지 북쪽의 ‘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비판을 앞세웠을 뿐 남북 관계를 푸는 데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북쪽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만으로는 어떤 사안도 진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남북이 한 차례의 만남으로 폭넓은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우선 원활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노력,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곧 의제를 좀더 진전시켜 논의를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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