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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하나의 약속’ 상영이 그렇게 두려운가 |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제작위원회가 참여연대, 민변 등과 함께 ‘롯데시네마’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은 20일 낸 신고서에서, 복합영화상영관 시장의 2위 업체인 롯데시네마가 상영관을 터무니없이 적게 배정하고 단체관람 대관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절하는 등 불공정행위의 혐의가 짙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큰 만큼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백혈병 피해자인 고 황유미씨 가족의 삶을 다룬 영화다. 우리나라의 최대 경제권력인 삼성을 정면으로 겨냥한 영화여서 개봉 전부터 사회적 관심이 뜨거웠다. 한편으로는 삼성을 다뤘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불이익이 예상되기도 했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복합영화관 운영회사 쪽에서 삼성과의 관계를 고려해 상영관 배정을 꺼릴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리고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로는 19일 현재까지 이 영화의 누적 관객수는 40만2761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또 하나의 약속>은 개봉한 지 보름 만에 40만을 넘어섰다. 그러나 영화 제작사 쪽에선 상영관만 충분히 확보되었더라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관객이 들 수 있었다고 장담한다. 예매율이나 좌석점유율을 기준으로 하면 관객들의 높은 관심이 입증되었는데도 롯데시네마와 같은 대형 복합영화관 운영회사 쪽에서 배정한 상영관이나 상영 시간, 상영 장소 등을 보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지역 복합영화관 60곳 가운데 현재 <또 하나의 약속>을 상영하는 데는 19곳뿐이다. 특히 롯데시네마의 경우 전국적으로 <또 하나의 약속>에 배정한 상영관과 스크린 수가 같은 달 개봉한 다른 영화들에 견줘 24~40%에 그친다고 한다. 상영 시간도 황금 시간을 벗어난 오전, 오후나 늦은 밤 시간대에 집중 배치해 관객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봐야 한다. 삼성과 롯데라는 두 재벌기업 사이의 ‘보이지 않는 유착’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도적인 상영관 배제나 축소 의혹이 제기된 것은 사실 <또 하나의 약속>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배급 및 상영 시장을 소수의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에선 영화 제작자나 관객은 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지금까지 영화시장의 독점 문제를 조사한 적이 없다. 이번 기회에 철저한 조사와 함께 시정 방안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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