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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로비의혹 수사 제대로 하길 |
검찰이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 수사와 관련해 삼성구조조정본부 김인주 사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삼성의 불법 로비의혹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검찰의 태도에 견줘볼 때 주목되는 변화다. 김 사장은 삼성의 ‘금고지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의 자금흐름을 훤히 꿰고 있는 인물이라고 하니 수사 결과가 자못 기대된다.
검찰은 그동안 도청 테이프 유출 과정이나 안기부·국정원 불법 도청에 대한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하면서도 테이프 내용 수사는 계속 미적거려 왔다. 이학수 삼성구조본 부회장을 한 차례 불러 조사한 것이 전부다. 그것도 이미 한 달 전의 일이고 그 뒤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검찰은 “수사의 우선순위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으나 수사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삼성 로비의혹 수사가 앞으로 급물살을 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기국회에서 검찰에 질타가 쏟아질 게 분명하니까 서둘러 수사하는 시늉만 내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만큼 검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후보의 선거자금 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수사지침’까지 내린 상태여서 검찰이 대통령의 뜻과 무관하게 수사를 밀어붙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검찰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검사들의 조사 문제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러니 검찰을 못 믿겠다는 말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제 검찰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이런 불신을 씻어낼 수 있도록 ‘정-경-언 유착’ 진상을 한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히는 것이다. 만약 삼성 관계자들의 소환조사가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절차에 머문다면 검찰의 장래는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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