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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26 18:51 수정 : 2014.02.27 15:53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제야 남북관계 복원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앞장서서 통일 담론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려는 모양새다.

이번 상봉 행사는 이산가족들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상봉 신청자 가운데 80살 이상이 남쪽은 80%, 북쪽은 93%에 이르렀다. 당연히 부모와 자녀가 만나는 경우는 크게 줄고 형제·자매 등의 상봉이 많아졌다. 이들도 고령이어서 앞으로는 직계 가족의 상봉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 12만9000여명 가운데 5만7000여명이 이미 숨진 상태다. 지금과 같은 상봉 방식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산가족 문제가 이렇게 꼬인 것은 지난 여러 해 동안 남북관계가 나빠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탓이 크다.

통일준비위 설치는 이런 상황에 걸맞지 않다. 우선 북한은 갑자기 웬 통일준비인지 의도를 의심할 것이다. 통일준비위라는 조직이 왜 필요한지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책 수립·집행 부서로 통일부가 있고, 종합적인 연구기관으로 통일연구원이 있다. 국정원이 북한 정보의 수집·평가를 전담하고 있으며, 평화통일정책과 관련한 대통령의 자문기관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라는 큰 조직이 설치돼 있다. 통일준비위가 어떤 일을 하든 기존 기구와 업무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런 취지라면 기존 조직으로 충분하다. 전형적인 옥상옥 조직인 셈이다.

통일준비위 구상에는 정치적 동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올해 초 제기한 통일대박론이 나름대로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고 이를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실제로 대북정책은 박 대통령이 지지율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 앞으로 북한 관련 결정을 내릴 때 통일준비위가 책임을 분산시키는 구실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과 함께 가지 않는 통일 담론에는 거품이 끼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의 통일항아리 사업 등에서 보듯이, 엉뚱한 곳에 정책역량을 쏟아붓다 보면 실제 현안은 더 악화하기 쉽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통일 거품 키우기’가 아니라 남북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처 완화·해제,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은 바로 검토해야 한다.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은 지켜져야 한다.

[관련영상] [정재권의 진단 #245] 빈수레만 요란한 '통일 대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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