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7 22:00
수정 : 2005.09.07 22:00
사설
종합주가지수가 어제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려 10년10개월 만이다. 우리 증시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외환위기 당시 300선이 무너졌던 아찔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반갑기 그지없다. 주가 상승은 기업들의 투자자금 조달을 돕고 내수소비 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긴 경기침체 속에서 이뤄진 일이라 뒷맛이 썩 개운치만은 않다.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을 시작한 것은 2003년 초부터다. 당시 550선까지 밀렸던 종합주가지수는 어제 1142까지 갑절 넘게 올랐다. 무엇보다 상장사 수익이 급증한 것이 그 배경이다. 지난해 상장사 순이익은 2002년보다 두 배나 커졌다. 노동자 몫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주주 몫만 커지면서 그 결과로 주가가 오른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성장 혜택이 주주에게만 쏠리는 건강하지 못한 모습으로 변해 왔음을 보여준다. 상장 주식은 외국인 투자자와 법인 대주주에게 집중돼 있어 주가 상승의 혜택은 대부분 그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노동과 자본 사이의 분배 불균형을 어떻게 고쳐나갈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최근 주가상승은 저금리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던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과열이 후유증을 남기기는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시장이나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나 발언은 삼가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불공정거래를 막고, 소액 투자자들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가는 것이다. 주가는 경제에 대한 여러 평가항목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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