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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성기업 부당노동행위 재수사하라 |
150일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 지회장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버스’가 15~16일 1박2일 동안 운행됐다. 전국 35곳에서 출발한 3500명의 시민이 97대의 희망버스에 나눠타고 모였다. 한진중공업, 밀양 송전탑 현장, 현대자동차 등을 찾았던 연대의 손길이 유성기업에까지 닿은 것이다.
유성기업은 ‘잠 좀 자자’고 요구했다가 긴긴 싸움을 하게 된 사업장이다. 야간노동을 없애고 주간 2교대제를 도입하자는 요구에 회사 쪽은 해고와 직장폐쇄, 손배가압류, 노조 파괴로 답했다. 농성에 돌입한 노조원들을 회사 쪽의 용역 깡패가 무참히 테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이 알려지기도 했다. 노조는 노조파괴 근거를 입증하는 수많은 자료를 공개했다. 두 차례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특별근로감독도 했다. 국정감사에도 올랐다. 하지만 3년이 다 되도록 달라진 건 없다. 노조원들은 회사 쪽으로부터 12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하고, 별도로 국가한테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다. 17명이 구속되고 27명이 해고되었으며,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에도 사쪽은 11명을 다시 해고했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한 데는 검찰의 ‘기업 봐주기 수사’가 한몫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말 유성기업을 포함해 발레오만도, 보쉬전장, 상신브레이크, 콘티넨탈오토모티브 등에서 벌어진 사업주의 불법 혐의에 대해 일제히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했다. 하지만 유성기업은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 노동부 수사 등을 통해 창조컨설팅과 사업주의 노조 파괴 공작이 이미 사실로 드러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창조컨설팅의 설립인가를 취소하고, 심종두 전 대표 등에 대해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소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업주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범죄를 자문해준 자들은 처벌받는데, 범죄를 직접 실행한 사업주는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우리 법이 검사에게 기소독점권을 준 것은 공정한 법집행자로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하고 신속하게 수사하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기울어진 판단을 내렸으니,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길은 재수사를 벌이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검찰의 일방적인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야당 일각에서 고용노동부에 독자 수사권을 갖는 노동검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한 예이다. 더 늦기 전에 검찰은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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