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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20 19:02 수정 : 2014.03.20 21:54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완화에 나설 기세다.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회의의 형태를 보거나 여기에 안건으로 올린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의 내용을 보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이 회의를 ‘끝장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규제개혁이야말로 ‘경제혁신과 재도약’을 하는 데에서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유일한 핵심 열쇠” 따위의 얘기를 했다. 박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크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규제완화가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몰이식으로 진행되면 되레 국민의 후생을 떨어뜨리고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

규제를 풀어야 할 분야가 꽤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실에 맞지 않는, 경제·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들이다. 박 대통령이 즐겨 입에 올리는 ‘손톱 밑의 가시’ 같은 규제 가운데 이런 게 적지 않을 것이다. 관료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거나, 먼저 진입한 경제주체들이 ‘지대 추구’ 형태로 기득 권익을 유지하기 위해 낡은 규제를 끌고 가려고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 퇴행적 규제만 콕 찍어서 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네거티브 방식을 원칙으로 일몰제와 총량제를 도입하는 한편, 감축 목표까지 세워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규제 가운데 적어도 20%를 박 대통령 임기 말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규제가, 없애야 할 규제에 묻혀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대통령이 이른 시일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도록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관료들이 대통령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무리수를 둔 적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규제의 당사자, 그중에서도 대기업의 민원을 이참에 별다른 검증 없이 들어줄 수도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이런 우려가 군걱정이 되게 하려면, 없애야 할 규제와 두어야 할 규제를 잘 가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경제주체들이 납득하고 제대로 추진될 것이다. 규제개혁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이날 “규제 합리화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취지의 얘기를 했다. 대통령의 이 말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별다른 구실을 못하는 규제개혁위원회를 개편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이해당사자가 골고루 참여해 적절한 논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규제완화의 편익과 비용을 제대로 분석해서 규개위 논의를 뒷받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규제에 따른 영향 분석을 하도록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관련 연구기관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나 활동가를 모아서 실무 분석작업을 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규제를 잘못 풀면 어떤 위험한 상황이 닥치는지를 우리는 계속 목도하고 있다. 나라 안에서는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나라 밖에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일본 원전사고가 빚어진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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