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8 21:51
수정 : 2005.09.08 21:51
사설
광주광역시가 5·18 민주화 운동 5차 보상 재심을 앞두고 심사위원 10명을 모두 바꾸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재심 대상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도 들어 있어서, 심사위원 교체가 그를 위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어제 <한겨레>가 이를 보도하자 교체는 일단 연기됐지만, 이런 처사가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홍업씨는 1980년 5월 지명수배를 받고 도피생활을 했고, 76일 동안 갇혀 지내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러나 심사위는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경우 배후조종 혐의로 형을 받은 사람만 유공자로 인정해 왔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김씨를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5·18 관련자로 인정받지 못한 473명 가운데 331명이 이번에 재심을 청구했는데, 이들은 심사위원 전원 교체를 요구했다.
재심은 얼마든지 청구할 수 있다. 심사위는 이를 진지하게 따져야 한다. 하지만 광주시가 심사위원 교체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옳지 않다. 그동안 네 차례 심사에서 재심을 이유로 심사위원을 모두 바꾼 적은 없다. 게다가 심사위원 교체와 관련해 애초 심사위원을 추천한 단체들과도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무조건 재심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로 비칠 수밖에 없다.
5·18 유공자로 인정받으면 보상이 뒤따르고, 국립묘지에도 묻히게 된다. 그런 만큼 심사는 엄격해야 한다. 당시 운동에 헌신하고도 보상을 바라지 않아 스스로 심사대상에 올리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과 이미 유공자로 인정받은 분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광주시는 심사위원 교체 방침을 거둬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김홍업씨도 재심 청구를 포기해 불필요한 논란을 가라앉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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