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임금인상, 경제활성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
실질임금이 2008년 이후 6년째 정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이 6년이나 정체한 것은 정부 주도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형편이 오랫동안 나아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의 연구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박 연구위원은 그 원인을, 기업에 유리한 소득분배에서 찾고 있다. 나아가 이런 소득분배가 이제는 우리 경제의 활발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실질임금을 올리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임금이 구매력(유효수요)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구매력은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마침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어제 첫 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실질임금 인상이 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번지는 생활임금 도입 논의는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다.
기업들이 실질임금을 올릴 여지가 있음은 소득분배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다. 2000~2010년에 기업소득은 한해 16.5% 늘어났고, 특히 2005~2010년에는 19.1%나 증가했다. 반면, 가계소득은 증가율이 2.3%와 1.6%에 그쳤다. 그렇다고 투자가 기대만큼 늘어나지도 않았다.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전체로 볼 때, 실질임금 인상을 회피할 근거가 별로 없다는 얘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기업들도 물론 꽤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 임금인상을 경제활성화의 해법으로 추진하는 나라들이 있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을 짓눌러온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기업들에 임금인상을 촉구하고 나서자, 적지 않은 기업들이 호응할 뜻을 밝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영국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체감경기가 굉장히 안 좋다. 어떤 지표가 좋아져야 하나’라는 질문에 “무엇보다 고용과 임금이 많이 미흡하다. … 임금상승률도 높다고 볼 수가 없다”고 답했다. 임금인상의 필요성을 직간접으로 일러주는 얘기들 아닌가. 지금이야말로 임금인상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비용이 늘어난다는 시각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기업과 임금생활자가 공생한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때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