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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13 18:52 수정 : 2014.04.14 08:55

선거에서 규칙은 중요하다. 공정하고 합당한 ‘게임의 룰’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처럼 규칙 문제가 다른 현안들을 모두 덮어버린 적도 별로 없었던 듯하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으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당 자체의 후보 선출 규칙을 둘러싼 진통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 문제를 놓고 후보들 간에 가장 갈등이 심한 곳은 경기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애초 여론조사에 새누리당 지지층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가 김상곤 후보 쪽에서 역선택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하자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진표 의원 쪽이 ‘연령별 투표율 보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경선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 지역도 아직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 규칙을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혼선은 물론 이해할 만한 대목이 없지 않다. 통합 신당 출범으로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당내 기득권이 없는 안철수 의원 쪽에 대한 배려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정도 있다. 지금의 후보들 간 갈등이 결국에는 봉합될 것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후보의 정책과 비전, 능력 검증 등은 실종돼버리고 경선 규칙 문제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것은 볼썽사납다. 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도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놓고 권역별 순회 경선과 ‘원샷 경선’ 등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고, 한때 김황식 후보가 ‘3배수 후보 압축’에 반발해 칩거에 들어가기도 했다. 게임의 룰을 둘러싼 이런 혼란상은 한국 정치가 아직도 기초부터 허약한 상태임을 잘 보여준다.

특히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는 이제 정치권의 고질병으로까지 등장했다. 여론조사가 공직선거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을 측정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줄일 수 있다는 나름의 명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론조사 만능론’에 기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매우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이론적 근거 등에 대한 확고한 개념 정립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임기응변식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하다 보니 매번 후보들끼리 유불리를 놓고 대립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당내 후보 경선 방식에 이르기까지 이제 한국 정치도 조변석개식 규칙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언제까지 선거 때만 되면 규칙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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