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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길 휩싸인 송씨, 장애등급제가 불러온 인재 |
13일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의 연립주택에서 불이 나 장애인 송국현(53)씨가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송씨는 평소 상대방의 말에 ‘응’ 정도의 대답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쪽 팔다리를 쓰지 못해 혼자 움직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다 보니 불길 앞에서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새까맣게 탄 침대 위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가 화마와 홀로 싸우며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가눌 길이 없다.
몸 상태가 이런데도 그는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뇌병변장애 5급과 언어장애 3급 등으로 중복 3급 장애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는 2급까지만 주어지고, 3급부터는 일상생활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장애등급제가 불러온 인재다. 몸이 불편한 사람의 필요에 맞춰 지원을 제공해야 하는데, 의학적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장애인을 관리한 것이다.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쥐꼬리만하고, 장애등급을 판정하는 관료들은 편의주의에 빠진 결과다.
2013년 기준으로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되는 장애인은 35만1600여명이다. 이 가운데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17%인 6만여명에 불과하다. 1급 장애인 12만4000여명 중 5만2100여명이고, 2급 장애인의 경우는 22만7200여명에 달하지만 3%인 8200여명만 혜택을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250만명 중 37만명 정도가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보는 장애인단체의 추산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현실이다.
장애인들은 600일 넘게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편 방향’을 추진한다고 발표는 했다. 1·2급으로 제한된 서비스 신청 자격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3급 이하 장애인 1만5000여명도 혜택을 받도록 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이런 정책이 갈증만 부추길 뿐이다. 새로운 판정체계가 얼마나 합리적일지 알 수 없고, 매일 안전을 위협받는 장애인들에게 정부가 약속한 2016년은 너무도 아득하다.
무엇보다도 얼마나 예산이 뒷받침될지 불투명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예산 비율은 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인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 사회의 기본 가치다. 송씨 같은 불행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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