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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핵실험 오판’하지 말아야 |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듯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정부가 22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25일을 전후해 어떤 형태로든 북쪽의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날이자 북한의 인민군 창건일, 맥스선더 한-미 공중종합훈련의 마지막날이기도 하다.
북쪽의 핵실험은 있어선 안 된다. 북쪽 강경파들은 핵실험을 통해 핵 기술 수준을 높일수록 대외관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는 엄청난 오판이다. 북쪽이 새로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국제사회는 이제까지와는 질이 다른 제재에 들어갈 것이다. 북한과 국제사회를 잇는 통로가 돼온 중국도 강력한 수준의 대북 압박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북쪽은 더 철저하게 고립되고 자신과 관련한 여러 사안을 대화로 풀 기회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경우 북쪽 주민과 정권이 누구보다 심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북쪽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장거리 로켓 발사 역시 중대한 도발로 받아들여 제재에 나설 것이다. 장거리 로켓 발사 자체가 유엔 결의에 어긋나는데다, 북쪽이 그동안 장거리 로켓을 먼저 발사한 뒤 국제사회가 이를 비난하면 핵실험을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달에 걸친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이 끝나고 관련국들이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을 모색하는 국면이다. 북쪽은 한반도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킬 경거망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와 미국의 태도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두 나라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를 추구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쪽에 보내야 한다. 중국 등의 협력도 필요하다. 특히 좀더 진전된 6자회담 재개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행동’을 먼저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실망스럽다. 지난 몇 해 동안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대북 접촉을 피한 채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해서는 핵 문제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정부는 미국이 대북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면서 남북 관계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대북 압박 공조를 넘어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의 전환점을 마련할 좋은 기회다. 북한이 당장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와 미국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핵 문제는 진전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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