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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우성 재판 2심도 무죄, 남재준 ‘유죄’ 재확인 |
국가정보원의 간첩혐의 증거조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우성씨 사건이 결국 국정원의 완패로 끝났다. 서울고법이 25일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도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더 나아가 국정원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했다. 1심은 이 사건 핵심 증거인 유씨 여동생 가려씨가 불법 구금 상태는 아니었으며 자유롭게 진술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여동생이 폐회로텔레비전과 외부 잠금장치가 설치된 독방에 장기간 수용된 점, 여동생이 자신이 화교라고 밝힌 뒤에도 171일이나 감금된 점 등을 들어 국정원에 불법 구금됐고 회유에 의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여동생의 진술은 증거능력 자체가 아예 부정됐다.
이번 판결로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국정원이 조작한 문제의 문서 3건을 포함해 증거 20건은 검찰이 이미 신청을 철회했다. 항소심에서 아예 쟁점도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국정원의 강압수사와 인권침해를 통렬하게 심판했다.
누누이 지적했지만,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남재준 원장의 사퇴가 필수적이다.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의 전 과정을 통해 남 원장의 거짓과 무능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증거조작 사건이 터진 뒤 줄곧 진실을 감추고 수사를 방해했다. 그래 놓고도 도마뱀 꼬리 자르듯 부하인 2차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자리를 보전했다.
그는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더 깎아낼 뼈가 있는지 의심스럽다”(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조롱만을 받았을 뿐이다. 남 원장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다. 그가 국정원을 책임지고 있는 한 유우성씨 사건에서 드러난 국정원의 패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검찰도 새로 태어나야 한다. 검찰이 국정원이 수사해온 대공사건에서 ‘지휘’하기보다는 사실상 ‘받아쓰기’하는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정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을 버리고 국정원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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