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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악화하는 북핵 문제 방치한 한-미 정상회담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했으나 최대 현안인 북한 핵 문제에서 기존의 ‘기다리는 전략’을 고수하는 데 그쳤다. 조만간 전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새 핵실험을 시도하는 등 사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두 정상은 공동문서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새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면서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행동을 촉구했다. 이는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최근 회담 재개 조건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다소 유연성을 보인 것보다도 후퇴한 태도여서 실망스럽다. 핵실험 등에 대한 경고는 꼭 필요하지만 기존의 강경 입장만을 고수해서는 핵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두 달에 걸친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직후 열린 것이어서 긴장 완화를 위한 큰 틀의 방향 설정이 절실했다.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미국과의 대화 통로를 뚫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정상은 6자회담 재개 문제에서 새로운 접근 방법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합동 군사훈련의 발전과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했다. 핵 문제 해결보다 중국과의 경쟁에 치중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더 앞세우는 미국의 기본 입장은 이번 정상회담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군사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그 가운데 하나다.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와 미국 사이의 상호운용성 향상을 명시한 것도 중국의 경계심을 높일 수 있다.
북한 핵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데는 우리 정부의 책임 또한 크다. 지금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최대 동력은 우리 정부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정부는 현상 유지에 안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핵 문제를 풀려면 북한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행동만을 요구해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한·미 두 나라는 이제라도 대북 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몇 차례 대화로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지만 대화가 없다면 사태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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