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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02 20:34 수정 : 2014.05.03 18:18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정차해 있던 열차를 뒤따르던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지만 승객 200여명이 다친 아찔한 사고였다. 세월호 사건의 충격이 여전한 터에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시설에서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 우리 사회의 불안함이 어느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던 지하철이 앞선 열차를 추돌한 것부터가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지로 여러 단계의 방심과 태만이 겹치지 않고는 일어나기 힘든 사고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는 수동으로 운전하지만, 다른 노선과 마찬가지로 열차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 안전거리 유지장치를 모두 장착하고 있다. 열차들의 운행 과정을 통제하고 연락하는 중앙관제센터가 상시 가동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런 사고가 벌어졌다. 관계자들은 자동 안전거리 유지장치의 고장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고장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정비하지 않고 그대로 운행한 탓일 것이다. 이에 더해 중앙관제센터가 차량들 사이의 간격이나 고장·정차 상황 따위를 제대로 파악하고 경고하지 못한 잘못, 기관사의 방심 등이 겹쳐 이런 사고가 벌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지하철 차량의 사용연한이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나면서 23년 된 노후차량을 운행하다 사고가 난 것도 세월호와 닮았다. 어느 한 단계에서 누구든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원칙대로 일했으면 피할 수도 있었던 사고였던 셈이다.

사고 이후의 대응도 문제점투성이다. 충돌 직후 두 차량 모두 안내방송이 즉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바로 안내방송을 해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대피로 이끌어야 한다는 수칙은 무용지물이었다. 사고 뒤 20여분 동안이나 안내방송이 없었으니 승객들의 불안과 혼란이 얼마나 컸겠는가. 기다리라는 말 뒤 침몰 때까지 대피 방송이 없었던 세월호 사건과 이 대목에서도 닯았다. 승객들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불안감 속에서 지하선로를 따라 대피해야 했다. 신속한 구조 시스템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다행히 경미한 피해에 그쳤지만 하마터면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다. 참혹한 사고의 가능성은 언제나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하나하나 꼼꼼히 다시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안전한 사회는 결코 말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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