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5월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농성에 들어가면서 시작된 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찬반론자의 전투적인 충돌로까지 번지고 있다. 어제는 민중연대·통일연대·한총련 등 철거론자들이 수천명을 동원하고, 황해도민회 등 반대론자들 역시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대치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맥아더는 살인자’라는 노래와 ‘인천공항을 맥아더 공항으로’라는 구호가 등장할 정도로 양쪽의 간극은 깊고도 멀어졌다.안타까운 점은 지금까지 과정에서 맥아더의 공과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이나 학문적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자신의 관점을 관철하기 위해 물리적 힘만 앞세웠다는 사실이다. 한편에선 맥아더 장군은 한국을 두 번이나 살려낸 구세주로 평가한다. 일제를 패퇴시켜 식민지에서 해방시키고,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적화에서 구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한반도 분단을 집행하고, 이로 인해 내전을 초래했으며, 전술적 오류로 피해를 가중시켰고, 대규모 원폭 투하로 한반도를 불모지대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천양지차는 몇 마디 구호나 몸싸움 속에서 나오는 악다구니, 일방적으로 뿌려지는 성명서 따위로는 설명될 수 없다. 6·25 당시 연합군과 인민군이 오르내리며 자신의 입장을 총칼로써 강요했던 방식과 무엇이 다를까.
이제 학문적 논의와 평가를 시도해야 한다. 학계와 지자체 등이 맥아더의 공과를 따지는 토론회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토론에는 전후 일본과 한반도 처리, 분단, 맥아더의 전술적 성공과 실패, 대규모 원폭 사용 요청 등과 현시점에서 결과론적 평가까지도 올려져야 한다. 물론 찬반 양쪽은 귀를 열고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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