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1 21:25
수정 : 2005.09.12 00:01
사설
외주로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외주제작사 대표의 친동생이 하는 중소기업을 다룬데다 ‘세계 최초의 전기자동차 상용화’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것으로 드러나는가 하면(<한국방송> ‘수요기획’), 비현실적 이야기 구조와 간접광고 등 지나친 상업성 탓에 주연배우가 한때 출연거부 의사를 밝히는 파문도 벌어졌다(<에스비에스> 드라마 ‘루루공주’).
외주제작 시스템 개선과 방송계의 도덕성 재점검이 시급하다. 공중파 방송에 부적절한 내용이 잦고 간접광고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드라마 외주제작사가 방송계에 금품을 뿌린 내부 자료까지 공개됐다. 불합리한 외주거래 관행과, 방송 내용을 사전에 여과하는 이른바 ‘게이트키핑’ 기능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거래는 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와 비슷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턱없이 적은 제작비를 주고 부족한 돈은 간접광고로 충당하라는 건 불공정 하도급거래의 전형인 비용부담 전가와 다를 바 없다. 하도급거래가 투명하지 못하면 뒷거래도 생기기 마련이다. ‘게이트키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지나친 시청률 경쟁도 작용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방송 관계자들의 안이한 자세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외주제작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는 건 ‘교각살우’ 같은 또다른 잘못이다. 다원화를 꾀하고 방송 인프라를 확충하는 외주제작의 순기능은 살려야 한다. 해법은 방송사가 앞장서 외주시스템이 투명해지게 제도를 보완하고, 엄정한 윤리규정을 적용해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머뭇거리면 신뢰성 추락으로 방송과 외주제작사 모두가 외면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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